'V0' 재판 넘긴 김건희특검, 오늘 수사 종료...3대 특검 종지부

    작성 : 2025-12-28 07:35:33
    ▲김건희 특검팀 현판식, 발언하는 민중기 특검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0일간의 대장정을 28일 마칩니다.

    특검팀은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이란 뜻에서 '브이 제로'(V0)라고까지 불린 김 여사의 숱한 범죄 행각을 밝혀내고 재판에 넘기며 출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일부 주요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섬세하지 않은 일 처리로 편파·강압수사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민중기 특검의 주식 투자 논란, 소속 검사들의 '집단행동' 등 내적인 고초도 겪었습니다.

    특검팀이 끝내지 못한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지난 7월 2일 현판식을 연 특검팀의 초기 수사는 '3대 의혹'이라고도 불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선거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에 집중됐습니다.

    이들 의혹은 국민적 관심이 컸는데도 기존 수사기관에서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해 특검 출범의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특검팀은 7월 한 달간 의혹 관련자들을 향한 '저인망식' 수사를 통해 김 여사의 혐의를 다졌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였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 명태균씨, '통일교 청탁의혹'에 연루된 건진법사 전성배씨 모두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차곡차곡 모은 특검팀은 8월 6일 김 여사를 전격 소환했습니다.

    김 여사는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 앞에 서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표현해 또 한 번 공분을 샀습니다.

    약 11시간 이뤄진 첫 조사에서 김 여사는 "몰랐다",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특검팀은 소환 이튿날인 8월 7일 김 여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닷새 후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들어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그를 다섯 차례 내리 소환해 조사한 뒤 8월 29일 구속기소했습니다.

    전·현직 영부인이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된 것도, 구속된 것도, 구속기소된 것도 헌정사상 처음이었습니다.

    이후 특검팀은 공소 유지에 힘을 기울이는 동시에 앞선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다른 범죄 의혹들을 파헤치는 2라운드에 돌입했습니다.

    대표적인 인지수사 사건이 김 여사가 공직 등을 대가로 고가 귀금속을 받았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이었습니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김상민 전 부장검사,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가 인사·이권 청탁을 대가로 김 여사에게 목걸이, 귀걸이, 금거북이, 시계, 그림을 건넨 정황이 하나씩 드러났습니다.

    당시 수사에선 '바쉐론 콘스탄틴', '반클리프 아펠' 등 생소한 명품 브랜드 이름이 하루가 멀다고 등장했습니다.

    특검팀은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된 이들을 차례로 압수수색하거나 소환하는 한편 건진법사 전성배씨, 한학자 통일교 총재,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통일교 청탁의혹' 연루자들을 모두 구속한 후 재판에 넘겼습니다.

    매관매직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과 진술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한 특검팀은 그를 두 차례 추가 소환한 뒤 지난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 수사는 이로써 마무리됐습니다.

    특검팀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일념으로 수사 칼날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적잖은 난관에 부닥치기도 했습니다.

    지난 9월 30일 특검 파견 검사 40명 전원이 검찰청 폐지를 언급하며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낸 게 대표적입니다.

    특검 수뇌부가 수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자고 이들을 다독이며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유례없는 검사들의 집단행동에 수사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양평군 공무원이 지난 10월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도 발생했습니다.

    그가 생전 남긴 자필 메모에 특검이 강압과 회유를 이용해 특정 방향의 진술을 유도했다고 적은 사실이 알려지며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민 특검의 불법 주식거래 의혹도 터졌습니다.

    그는 2010년께 분식회계가 적발된 태양광 소재 업체 네오세미테크의 주식을 매도해 1억원 이상 수익을 낸 것으로 밝혀져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민 특검은 "주식 최득과 매도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없었다"고 직접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선 사퇴 요구까지 나왔습니다.

    수사 기간 말미에는 특검이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측도 통일교에서 부정한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으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편파 수사'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각종 악재에 대처하느라 상당한 힘을 쓴 특검팀은 결국 일부 굵직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해산하게 됐습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개발특혜 의혹, 김 여사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의 '집사게이트'와 김 여사 간 연관성을 규명하지 못한 것은 오점으로 꼽힙니다.

    윤 전 대통령의 '매관매직' 개입 여부와 부부의 뇌물 혐의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점도 특검으로선 뼈아픈 대목입니다.

    이를 비롯해 남은 수사 일체는 경찰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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