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뇌전증 환자 행세 '병역비리' 40여 명 무더기 기소

뇌전증(이른바 간질) 증세를 가장해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받은 병역면탈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는 오늘(9일)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 배우 송덕호 등 병역면탈자 42명과 이들을 도운 가족과 지인 5명 등 모두 47명을 병역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병역면탈자 42명은 브로커 구 모 씨에게 '맞춤형 시나리오'를 건네받아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하고, 허위 진단서를 받아 병무청에 제출했습니다.

이들은 뇌전증 발작이 왔다며 119에 신고해 응급실에 실려가는가 하면, 동네 병ㆍ의원과 대학병원 등 3차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1~2년에 걸쳐 뇌전증 환자라는 허위기록을 만들었습니다.

또 뇌파검사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더라도 발작 등 임상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면 뇌전증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브로커 구 씨는 이들의 가짜 환자 행세가 들통나지 않도록 병원 검사 전에 실제로 뇌전증 치료 약을 먹게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병역면탈자들은 구 씨에게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각각 300만~6천만 원을 건넸고, 구 씨가 이들에게 받은 돈은 6억 3,425만 원에 달했습니다.

구 씨는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된 뒤 첫 공판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습니다.

병역면탈자들의 경우 유죄가 확정되면 병역판정을 새로 받고 재입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