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현대사의 비극 여순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의 참상이 기록된 일기장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고등학생의 시각으로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당시 상황을 기록한 김행춘 명예교수를 이계혁 기자가 만났습니다.
【 기자 】
20여 년 전 대학을 퇴임하고 광양시 옥곡면에 살고 있는 김행춘 명예교수.
아흔이 넘은 나이지만 김 교수는 4.3 사건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누렇게 바랜 일기장에는 고등학생이 맞닥뜨린 당시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10월 21일 목요일 날씨 맑음.
▶ 인터뷰 : 사진+CG+인터뷰
"경찰을 잡아내어 곧 총살시키는 모양이다. 아뿔싸 불쌍한 사람, 어이하여 그 사람은 죽는고.. 그 근본적인 죄는 어디에 있을까. 오로지 3.8선에만 있다고 나는 원망한다"
11월 3일 수요일에는 집으로 들이닥쳐 라디오를 가져간 빨치산과의 대화도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 인터뷰 : 사진 + CG + 인터뷰
"'미안합니다. 우리들도 농민, 대중을 위하여 이러한 것입니다. 저 부인들에게 안심하고 주무시도록 말하여 주십시오' 몇 마디 말을 남겨두고 굿바이.."
1948년 10월 20일부터 일기장에 기록된 여순사건.
학교에 등교했지만 귀가 명령이 내려졌다, 순천의 한 불에 탄 병원 벽에 30명의 경찰관들이 모여 있었고 돌연 총소리가 나며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등 당시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국군과 경찰관이 전투를 하고 같은 국민들끼리 죽고 죽이는 이유에 대한 깊은 고뇌도 담겨있습니다.
▶ 인터뷰 : 김행춘 / 경상대 명예교수
- "그때 학생들 중에서도 무장을 했을 거예요. 그런 모습이 이해가 안 됐어요. 대체 왜 이렇게 해방된 조국이 이렇게 됐느냐, 나로서는 고민이었었지"
여순사건 다음 해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이사를 간 뒤 서울대를 졸업하고 진주교대와 경상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김행춘 교수.
여순사건 7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의 눈에는 안타까운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오롯이 남아있습니다.
KBC 이계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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