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악플의 굴레' 지치지 않는 사이버렉카와 언론

    작성 : 2022-05-24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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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 배구선수 김인혁 씨와 스트리머 BJ잼미(조장미) 씨가 잇따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들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일방적인 '혐오' 프레임, 악플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내렸습니다.

    두 명이 목숨을 잃은 후, 유튜버 '뻑가'에 시선이 쏠렸습니다.

    인터넷에는 두 사람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던 이유 중 하나로 유튜버 뻑가를 지적하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이른바 '사이버렉카' 유튜버인 뻑가가 이들에 대한 논란을 가공해 무차별적인 혐오를 부추겼다는 겁니다.

    사이버렉카는 견인차 '렉카'처럼 재빠르게,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 각종 이슈·논란들을 짜깁기해 영상을 올리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기사나 뉴스보다 쉽고 빠르게 소식을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순히 '알리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고의로 '논란과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모래에서 돌까지' 사이버렉카의 혐오 조장

    김인혁 씨와 조장미 씨 등에게 1차적으로 상처를 준 것은 각종 영상과 커뮤니티에 비난과 혐오의 댓글을 퍼부었던 악플러입니다.

    그럼에도 사이버렉카 뻑가가 선동자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그가 그런 악플러 활동을 만들고 부추겼기 때문입니다.

    혐오와 악플에 불을 붙이는 사이버렉카의 영상은 이렇게 구성됩니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 만한 자극적인 이슈를 정해 논란에 필요한 부분만 골라 자료를 짜깁기하고, 팩트체크 없는 내용을 자극적으로 가공해, 익명으로 '그대로 전할 뿐'이라며 무책임하게 비난과 비꼬기를 덧붙이는 겁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혐오 영상을 끊임없이 업로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돈' 때문입니다.

    사이버렉카는 보통 유튜브에서 구글 중개를 통해 얻게 되는 광고비인 애드센스를 통해 수익을 얻습니다.

    많은 사람이 영상을 클릭해 시청하면 조회수가 올라가고 시청 시간이 길어지는데, 이 두 가지 요소를 만족시킬수록 알고리즘에 의한 노출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뻑가는 'BJ잼미 사건'에 대해 해명하는 마지막 영상(2월 5일)을 올리기 전까지 하루에 1개꼴로 자극적인 이슈 영상을 게재해 왔습니다.

    더 높은 애드센스를 받기 위해 매일 자극적인 영상을 업로드하며 조회수와 시청 시간을 늘려왔던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조회수, 곧 돈을 얻으려는 사이버렉카의 의도대로 '공론장'인 댓글창에는 영상 내용을 그대로 흡수한 사람들의 악성 댓글이 무수히 달리게 되고, 알고리즘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영상이 퍼진 후에는 유튜브가 아닌 다른 SNS와 커뮤니티 등으로 혐오가 확산됩니다.

    -유튜브 댓글창에 난무하는 혐오 표현과 악플

    가수 설리(최진리) 씨와 구하라 씨가 세상을 떠난 2019년 10월,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 뉴스 댓글 폐지를 시작으로 양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의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연관검색어 기능 폐지, 악성 댓글을 걸러주는 'AI 클린봇' 도입, 댓글 작성자 프로필 사진 공개 등 포털사이트의 제도가 여러 번 변경되며 포털 기사의 악플은 잦아들었지만, 악성 댓글은 또 다른 숙주인 '유튜브'로 향했습니다.

    포털사이트의 제도 변경 이후 뉴스 및 정보 획득 경로로 유튜브를 이용하는 비율이 늘어났는데, 특히 2030 세대에서 '실검 폐지되고 나서 소식을 알기 위해 유튜브에 접속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국가통계포털 KOSIS의 '정보 획득 목적의 매체별 이용 정도(2021)'에 따르면 2030 세대는 'SNS'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 다음으로 '온라인 동영상 매체'를 많이 이용하는데, 19~29세의 39.8%, 30~39세의 34.2%가 정보 획득을 위해 매일 온라인 동영상 매체, 즉 유튜브에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소식을 얻으려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악플러도 늘었으며, 미국 구글 LCC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는 명예훼손·모욕 등 악플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있지 않아 댓글 작성이 매우 자유롭습니다.

    기존 기사에 달렸던 악성 댓글이 유튜브 영상으로 옮겨진 꼴이 되면서, 혐오 표현과 악플의 빈도·접근성은 떨어졌을지라도 강도는 오히려 강해진 겁니다.

    -언론은 어땠나, 변화 없이 계속될 뿐

    이렇듯 혐오의 확산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며, 사이버렉카의 행태는 그간 문제가 되어왔던 일부 언론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뻑가가 피해자 두 명에 대한 비난과 혐오를 가공하는 동안에도 여러 언론이 그에 대한 지적 기사가 아닌 동조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포털 네이버에 올라온 가십성 '복붙' 기사는 김인혁 씨 관련 2021년 8월 18일부터 사흘간 총 36건, 조장미 씨 관련 2019년 7월 10일부터 사흘간 총 135건, 2020년 5월 10일부터 사흘간 총 40건입니다.

    위 기사들은 추가적인 취재나 팩트체크 없이 위키트리 등 유사언론의 가십성 보도를 그대로 받아 적은 기사들입니다.

    자료에서는 주로 '복붙'을 통해 연예 기사를 작성하는 기생언론뿐 아니라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MBM·YTN 등의 기성 언론도 논란을 그대로 인용 보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혐오 키워드로 '클릭 장사'를 하는 일부 기성 언론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던 황색 언론(옐로우 저널리즘)의 현재 모습이며, 이러한 언론의 모습은 사이버렉카와 다르지 않습니다.

    '클릭 장사'를 하는 일부 언론의 소스(연예인 SNS 등을 그대로 퍼나르거나, 짜깁기, 받아 적는 등)를 사이버렉카는 그대로 혹은 부풀려 이용하고 있으며, 언론은 그런 사이버렉카의 소스를 다시 받아 인용하고 있습니다.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균수 교수는 사이버렉카의 소스를 인용 보도하는 일부 언론이 "굳이 알지 않아도 될 사건들을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기사화해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무보도의 보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여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도 현재 일부 언론의 문제는 바로잡혔다고 볼 수 없다"며 "많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언론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에도 사이버렉카와 같은 새로운 자극과 공생하는 언론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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