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지가 '세계문화유산'?"..어이없는 '전통 한지' 복원

    작성 : 2024-02-02 11:15:50 수정 : 2024-02-02 13:41:14
    한지 복원사업 전문성 부족 예산만 '펑펑'
    김호석 화백 '한지장인' 지정 문제점 지적
    "한지 정의·제조기술 정확히 파악 안돼"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허술한 준비' 우려
    ▲수묵화가 김호석 전 한국전통문화대교수

    '전통 한지(韓紙)' 복원 사업과 관련해 미술계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전통 한지'에 대한 정의가 정확하지 않은 데다 전통 제조기술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통 한지'를 202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해 신청 준비를 서두르고 있어, 최고 수준의 기술과 품질을 담지 못하는 한지 복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韓紙匠)'을 4명으로 늘리는 심사 과정의 기준이나 기술 수준 등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거나, 지정된 일부 한지 장인도 주로 창호지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됩니다.

    수묵화가 김호석 전 한국전통문화대교수는 2일 "한지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통 한지를 제대로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역사적으로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가장 우수한 종이를 기준으로 복원해야 하고 그것을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한지장에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묵화를 그리는 화가로 한지 사용에 익숙한 김 전 교수는 "전통 한지는 그림용 종이나 외교 문서에 쓰이는 자문지, 임금께 올리는 표문지 등이 제일 우수한 종이였다"며 "한지장이라면 창호지를 복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임금께 올렸던 최고 수준의 한지를 복원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김 전 교수는 이어 "조선시대에는 한지라는 용어가 없었고 종이의 용도에 따른 자문지, 표문지, 백지, 창호지 등 종류가 많았다"며 "일제시대 때는 '조선지'로 불렸다가 해방 이후 1950년대에 '한지'로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김 전 교수는 "해당 기관에 전통 한지에 대한 정의, 제조 방법에 대한 기준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무형문화재 심사와 관련해 어떠한 기준도 없으며 그것은 심사위원들에 대한 정량 평가로 모든 것을 가늠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허술한 한지 복원 사업을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교수는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전통 한지에 대한 국고 보조금은 109억 원, 보조금 등은 341억 원"이라며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지정자도 1명에서 4명으로 늘었음에도 전통 한지 사업은 조금도 진흥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한편, 문화재청은 2021년 9월 한지(韓紙)의 활용 확대와 한지 제조 기술의 보전을 위해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활성화 추진 계획'을 수립·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지장은 한지를 제조하는 전통적인 기술과 그 기술을 지닌 장인으로,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4명, 시·도 무형문화재 5명(전북, 경남, 경북, 경기, 강원)이 지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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