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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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월의 노래

    박금수
    등록일 2024-09-02 10:42:59 | 조회수 307
    무더위의 터널을 지나 어느덧 귀뚜라미가 물어온 초가을 소리에
    베짱이 마저 여름 막차를 타고 떠나려 부산을 피우면
    여치는 가을이 익어가는 인디연두빛 들녁에 서서
    가을들녁 살찌우는 햇살에 지친 풀을 마치 바이올린 켜듯이 타며
    석양에 취해 끼리리리릭 연주를 한다.

    구월이 오는 소리는 사부작 거리는 풀벌레 소리와
    태양의 발그레한 수줍음 미소가 더해지고
    어디선가 코끝을 스치는 청량한 기운 한다발에
    배추나 무를 파종하는 밭에서는 황토빛과 짙푸른 맛이 묻어난다.

    추억속의 나뭇잎도 가을볕에 타면
    일기장에 일기를 쓰듯 잎새에 고이 접어 시간을 적어가고,
    쓸쓸함을 적기엔 서툰 9월이지만
    알곡익는 소리에 접어두었던 미소가
    들녁마다 허수아비가 사라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서성인다.
    그 때 그 허수아비가 있었다면 누런 들녁보며 누더기 옷이여도 좋아하며 웃음짓고 있을텐데...

    먹을거 없는 시절에는 참새에게 가뭄과 장마 그리고 무더위를 이겨 키워낸
    황금같던 벼이삭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훠이훠이 소리치며
    논두렁을 메뚜기처럼 뛰어 다녀야 했었다.
    그 때 벼이삭 하나의 소중한 가치는 참새 족속에게도 중요했을 것 같다.

    참새에게 가을은 초초초대목이다.
    9월이되면 참새와 인간의 생존 경쟁은 치열했지만
    벼가 익어가는 논을 날아다니는 참새를 지켜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떼로 지어다니며 벼이삭 사냥을 하는 참새들이
    먹고 배터져 죽기를 바라는게 빠를지도 모를 웃픈 옛 가을이 있었다.
    참새에겐 가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엘도라도였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지금의 참새는 숨막히고 뜨겁고 풀 많은 논에 가지도 않는다.
    이들도 시원한 아파트나 높은 건물, 빌라의 대도시가 좋다.
    거리 곳곳에 널린 피자조각이나 햄버거, 치킨 조각의 유혹이 최고의 맛이 되어 버렸다.
    우리도 모르게 그들은 가끔씩 술에 취해 비틀거리기를 즐기는지도 모른다.
    참새도 입맛을 버렸고 건강도 버렸다.
    지구는 그렇게 돌고 뒹굴고 또다른 우주로 가는가 보다.

    9월이 오는 소리에 맞춰
    사연 하나 보낼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문을 두드리는 것도
    섣부른 가을을 타는 까닭일까?
    그때 그시절 가을을 타지 않은 사람은 인간이 아니었다.
    허수아비 마저도 가을을 타고 가는 세월이 있었다.
    가을이라는 위대한 절경이 삽시간에 9월로 다가오면
    우리들은 마음을 곳간을 비우고 채워야 할 마음의 창고를 지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의 청춘이거늘...
    가을 님 오시는 소리 들으며 구월을 불러 본다
    구월이 오는 소리~~~~~~

    신청곡 : 패티김 - 구월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