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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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두

    박금수
    등록일 2024-04-03 18:47:37 | 조회수 761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마음약해서 잡지 못했네 돌아서는 그 사람 ...
    발길을 돌리려고 바람 부는 대로 걸어도 ...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흘러가는 구름은 아니겠지요 ...
    이런 노래가락이 가진 거 없던 시절이지만 저마다 유행하던 70~80년 유년 시절.
    봄이 되면 강남갔던 제비가 물고 온 지지배배 아침 시계에 맞춰
    밭에 나가 풀매기와 갖가지 채소들 씨앗 뿌리기에 농촌은 바쁨 빼곤 뭐라 할 말도 없은 일상이었다.
    마을 어귀는 너도 나도 아침 일이 늦을까봐 부산을 피우는 소리가
    학교 가라고 잠 깨우는 소리보다 더 열심이었다.

    이맘때 쯤이면 모내기 하기 전에 소처럼 일해야 하는 거사를 앞둔 농촌의 시간이
    봄 꽃놀이 가는 부모님들의 심정에는 오직 한줄기 빛이었고
    고된 농사의 시작을 달래고 넘어가기 위한 필수 코스였다.
    품앗이에 걸린 긴장감과 일로 고되고 고된 삶의 한풀이를 화전놀이 하면서
    장구 장단에 유행가 한 곡을 모두 함께 목청것 쏟아 내 놓고
    막걸리와 김치로 목을 씻어 내며 자식 사랑의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했던 모습이었던 것 같다.
    K 떼창이 이때부터 어른 아이 할거 없이 흥의 민족임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하늘의 뜻따라 농사를 짓고
    욕심 안부리고 가진것 만으로 자식들을 내리사랑으로 키워내신 부모님들.
    힘겹게 허리 한번 제대로 못펴고 모내기를 마치고 나면
    5월 어버이날 행사에서 자식들 어머님은혜 노래 한곡에 세상 고뇌와 시름을 씻으시던 모습들이
    빗물이 되어 마음속을 흘러 내리는 듯 하다.

    모내기를 위해 가뭄이 들면 논에 물을 밭기 위해
    밤새 후레시 빛 하나 들고 논을 지키시던 아버지와 이웃 어르신들.
    그것은 이유없는 생존의 문제였다.
    라디오에 묶어서 쓰기도 하고 때론 후레시 약으로도 쓰는
    후레시용 건전지는 그래서 필수품이었다.
    마을 어귀에 겨우 한 두개 있는 가로등을 만나러 가기 위해
    저마다 손에는 후레시를 들어야 했던 어두운 밤의 기억이 슴슴하다.
    빗물 하나에 웃고 울던 휘어진 허리 만큼 소중했었던 빗물.

    빗물은 세월이 되어 흐르고 또 흘러 구름이 되고
    구비구비 세상을 돌고 돌아서 또 다시 빗물이 되어
    벚꽃 만발한 거리를 적시며 봄비가 되어 왔다.
    나는 지금 그때 부모님처럼 아버지가 되어 비를 맞으며
    부모님에게 없던 우산 하나 들고 세월따라 마음을 봄비에 적셔본다.

    어릴적부터 빗물 하나에 걸어온 삶이 준
    풋풋하면서 향그러운 추억에 사연 하나 올려 보며
    매주 내리는 봄비에 맘껏 세월을 적셔보려 합니다.
    그것이 아쉬움일지라도...
    지금은 나이들어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울 지라도
    화전놀이 가서 부모님들이 목이 쉬어라 부르며 떨쳐 버리고 싶었던 가난과
    힘겨운 삶의 애환과 청춘의 시름들을 담아 유행가 한 곡 들어보며
    비의 랩소디에 취해 보려합니다.

    신청곡 : 최헌 - 앵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