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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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박금수
    등록일 2024-01-30 16:02:09 | 조회수 666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고 했으나
    1980년대 광주의 충장로에 청춘들은 사과나무에 모여서 차와 음악으로 젊음과 꿈을 키워 갔다.
    지금은 그 자리 지날 때마다 각자 삶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와
    그 빈자리가 허전하기만 하다.

    처음 시골에서 올라와 친구들이 충장로의 사과나무에서 몇 시에 보자는 말만 듣고
    찾아 나서는 길은 마치 보물 찾기와 같았다.
    광주 지리를 전혀 모르는 촌놈이라 길을 물어 물어 돌아 돌아 찾아가며 광주 지리를 익히고
    충장거리의 화려한 상점과 많은 인파는 생전 처음보는 놀라운 쇼와 같았다.

    그 당시 나에게는 광주가 엄청난 대도시였지만 유선전화도 별로 없던 시절에
    그저 쪽지나 대화로 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던 그 자리.
    만남의 설레임이란 진정 이런 기다림을 두고 말하는 것이었을 게다.
    학생 신분이라 음악다방에서 차나 맥콜을 마시며 80년 유행하는 팝송을 듣고
    청춘을 조잘거리던 거리는 지금 휑하니 비어 있고
    새로운 주인을 찾는 비어 있는 가게도
    깨진 보도블럭도 주인을 찾아 주라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지금은 한국에 공부하거나 일하러 온 이방인들의 발걸음이 더 많아진 거리가 되었지만
    우리들의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되어
    누군가를 기다리듯 비워 두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때 학생들과 젊은이들은 충장로 우체국 그리고 학생회관에서 만나
    가는 곳은 유생촌에서 돈까스를 먹거나 신포우리만두에서 만두나 쫄면을 먹고
    복합상영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영화관 앞에서 만남을 기다리는 수수하고 소소한 모습들이
    영화관 입간판처럼 내눈가에 선하다.
    마치 젊음의 나래를 펼치듯 자고 나면 새로운 홍콩영화가 나와
    충장로 금남로를 액션으로 쓸고 다니던 때여서
    그 거리를 지날 때마다 또 다른 사연들이 가다 멈추고 또 가던 그런 곳이었다.

    나는 오늘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차를 마셔보지만 가시지 않는 그리운 갈증에
    황야의 무법자처럼 겨울 바람의 선선함을 향해 추억의 총알을 쏴본다.
    충장로 길을 가며 나눠주던 영화포스터도 없고 카페와 호프 전단지도 없고
    하물며 홍콩 무협영화 주인공처럼 날아 다니고 나뒹굴던 그 많던 전단지도 사라진 그자리
    지금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채우고 싶어
    그때 그 청춘들과 친구들이 어디선가 듣고 있을거라 믿고
    이 노래를 신청해 봅니다.

    신청곡 :
    이상우 -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