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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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들

    박금수
    등록일 2024-01-05 16:36:02 | 조회수 178
    1980년의 봄이 오기 전 멈춰버린 시대에 울려 퍼진
    소월의 노래가 그리워
    버드나무 가지 위에 오늘도 사연을 적어본다.
    실버들이 겨울 바람에 하늘 거리며
    천만사로 인생사 사연을 배틀에 짜노라면
    어디선가 자동차 엔진소리가 수 천년전 수양제의 출정 소식을 전하려는 듯
    24년 새해를 휘감고 돈다.

    수양제가 심은 황하에 버드나무는 수양버들이 되어
    세상을 구비구비 돌고 돌아도 이 세상에 남았 듯이
    가지 많은 사연은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무시로 지나가는 실개천에도 강가에도 버드나무 장성만 남아
    유구한 세월을 담아내며 하늘거리는 모습이
    뭐 그리 연연하느냐 투덜거리며 핀잔을 주는 듯 하다.
    장마와 홍수가 와도 북풍에 지나가던 새의 깃털 하나 얻기 힘들어도
    버드나무는 우지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비와 눈을 맞고 서 있다.

    버들피리처럼 윤기 나는 젊은 사람의 몸도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버드나무 각질처럼 두터워지고
    허리는 휘고 머리는 흩어져 날려도
    세상사 다 그런것이거늘
    무엇 그리 잘났다고 으시대는 모양새가
    버드나무 머리채로 맞아도 쌀것 같아 보인다.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고들 한다.
    버드나무는 거센 폭풍우에도 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 비워 놓고 님이 오시는 길목에
    가느다란 실커튼을 쳐놓고 항상 비우며 살아간다.
    우리도 세상 풍파에 더렵혀진 마음을 다 비우고
    예전처럼 여유라는 커텐을 처놓고 봄이 왔으면 좋으련만...

    우리 선조들의 실버들 같은 유려한 풍류와 선함이
    겨울을 지나 매화를 피워냈듯
    이제는 그런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실버들스럽게 가보자.
    가다 보면 다 길이 열릴 것이다.
    청춘들이 실버들 피리불며 노래하던 그런 시절로...

    신청곡 : 희자매 - 실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