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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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다지오

    박금수
    등록일 2023-12-26 16:21:31 | 조회수 165
    옛 사람들은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길을 만들지 말라고 하셨다.
    서산대사를 거쳐 이양언을 거쳐 백범 까지
    꼭 선비가 아니어도 길의 옳고 그름을 놓고 인생의 길을 갔던 것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지금 우리의 역사 길이 열려 있기도 하다.

    답답한 세상의 굴레를 벗어나
    흰 눈이 쌓인 뒤 산에 올라서서 머리 뒤끝을 시리는 차가운 바람을 스치우며 읊어본다.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 (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 (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 (遂作後人程)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제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흰 눈이 쌓인 길을 지나가고 눈이 녹아 길이 희미해져 없어진다고
    모든 것을 감춘 듯이 길이 지웠다고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 된다고
    으시대며 생각하는 어리석음은
    훗날 역사가 기억하고 흔적을 남긴다.
    새도 듣고 쥐도 듣고 바람도 듣고 구름도 보고 물도 구비구비 흘러가며 느껴본
    반 만년 역사의 뒤안길에 길은 멈추지 않았다.
    비목이 된 노송도 한설을 이겨내며
    그 자태가 선비스러운 이 땅의 기운이 바로 그것이다.
    헤이그에서 블라디보스톡에서 만주벌판에서 듕귁의 수많은 도시에서
    지금의 따스한 온돌도 가볍고 포근한 옷도 없이
    온몸으로 추위를 이겨내며 충과 의의 길을 가고 역사를 이끌어 낸
    의사와 열사들의 위대한 영토이기에
    그 길을 더럽혀서는 아니 된다.
    길이 아닌 길에 스며들지 않게 바로 보고 가야 할 것 같다.

    봄봄을 지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이어 서울의 봄 까지
    나는 누구인가? 그대는 누구인가?
    전쟁에서 다 잃고 일어서기 위해
    발전이라는 목표로 빨리 달려온 우리 사회가
    이제는 발전을 서서히 연주하며 진짜 자태 있는 모습으로 갈 때이다.
    천천히 아다지오처럼 ...
    길 잃고 수고하고 고생한 민주에게도 제 어깨를 내 주며
    웃음과 감동이 넘쳐 나는 희망을 가진 세상을 만들어 가보자.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안 낳는다고 젊은 사람들 핑계 대며
    발전을 이끌어온 기성세대의 푸념과 핑계는 벗어 던져 버리고
    무엇이 길인지 같이 보고 가보자.
    길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길이 아닌 것도 아닌데
    길을 잃는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천천히
    위대하게
    그리고 멋지게
    길이 있다고 그냥 길을 따라가는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고 과하다.
    너도 나도 우리를 생각했던 마음들이면
    다 이루어 낼 것임을 나는 믿는다.
    함께 가보자
    다같이 실수하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고 어울릴 수 있는 아리랑 같은 아다지오처럼...


    신청곡 :
    Lara Fabian - 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