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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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바랜 사랑

    박금수
    등록일 2023-11-21 15:30:10 | 조회수 164
    청바지 하나를 사주면 1년 동안 즐겁게 학교에 가고 뛰어 놀고 일 도와주며 보내던 80년대 유년 시절이 있었다.
    주면 먹고 없으면 없는 대로 먹고 만족할 줄 아는 순수한 마음과
    잘 먹는다고 자신의 밥을 한 술 크게 떠서 덜어 주시던 부모님의 마음.
    넉넉한 인심들이 골목길에 넘쳐나 오고 가던 마음이 향그러웠던 시절.
    나는 그 골목 담장 밖에 서서 잡초가 지나간 친구 집에
    혹시나 친구가 돌아와 있으려나 수줍은 새색시처럼 기웃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때 여자친구가 보내준 꽃 봉투와 꽃 편지지의 향긋한 사연이
    그 시절 나에게는 최고의 향기로운 추억이었다.
    없는 시절에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들을 담아 사연으로 주고 받으며
    마음은 풍요의 바다로 가득 채워져 무지개가 가득했었고
    그 소중한 기억들이 지금은 빛바랜 사진같지만 영화 라붐처럼 떠오른다.

    흰서리가 내린 신작로 길을 손을 호호 불며
    자전거로 통학하며 겨울방학을 기다리던 마음.
    그 속에는 흰눈처럼 소박한 소망이 쌓여 갔었다.
    도시락에 달걀후라이 하나 올려 주면 세상 다가진 하루를
    즐겁게 보내곤 했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러고 보면 본시 사람의 마음은 비워야 풍요와 만족을 이해하는 족속이었나 보다.
    지금은 차고 넘쳐나도 욕심이 허기를 부른다.
    앞다투어 서로 욕심을 채우려 하는 모습이 피라냐보다 더 치열해 보인다.
    안타까워도 이것이 현실이 되었다.

    우리들 마음 밭에 쌓여 있는 부모님이 주신 은혜 만큼만 채우면 될것을
    헛것을 쫓아 지금도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는 길은 달라도 모이는 길은 같다.
    감홍시 하나를 건네며 정을 나누던 순수함과 가을의 넉넉함을 건네던
    마음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젠 참새도 가을날 잘익은 벼이삭에도 추수가 끝나고 떨어진 볍씨에도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지금은 지나가던 새들도 빨갛게 익은 감을 쳐다도 안보고 지나간다.
    까치도 까치밥이 된 홍시에 관심이 없다.
    인간들이 남기고 흘린 욕심들을 주워 먹는 재미와 맛의 유혹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 많던 그때의 무지개도 자취를 감추어 버린 지금
    귀를 기울리지 않아도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어 보고 싶다.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이시간 그 음악에 마음을 씻어 보려고 한다.
    어느 늦가을 갈바람 솔솔 불어오는 햇살 아래 서서........

    신청곡 : 오성과 한음 - 빛바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