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연루됐다' 피싱에 속아 6억 상당 골드바 빼앗긴 40대

    작성 : 2025-12-07 08:00:19 수정 : 2025-12-07 09:24:35
    ▲ 골드바 자료이미지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말에 속아 40대 남성이 보이스피싱 일당의 지시에 따라 숙소를 전전하며 무려 6억 2천만 원 상당의 골드바를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사실상 '셀프 감금' 상태에 놓여 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달 17일 오후 3시쯤 직장에서 근무 중이던 40대 남성 A씨에게 '대검찰청 사무장'을 사칭하는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발신자는 A씨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하며 전화를 끊었고, 이후 '대검찰청 검사'를 사칭한 다른 발신자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가 범죄와 관계없다는 피해자 입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A씨에게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새로 구입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보낸 원격조종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은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며 A씨에게 호텔과 에어비앤비 숙소 4곳에서 지난달 28일까지 번갈아 가면서 투숙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들은 A씨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을 이용해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며 "허락 없이 어디에 가느냐", "말을 듣지 않으면 구속된다"며 압박을 가했습니다.

    결국 압박에 넘어간 A씨는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자산을 국가코드로 등록해야 한다"는 지시에 따라 현금보다 처리가 빠르다는 골드바를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6차례에 걸쳐 총 6억 2천만 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매해 수원 영통역, 안산 사리역, 인천 부평역, 인천 경인교대역, 서울 신촌역·대방역 등 매번 장소를 옮겨가며 보이스피싱 조직 수거책들에게 전달했습니다.

    A씨는 골드바를 6번째 전달한 지난달 28일에서야 자신이 사기 범행을 당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A씨에게 2억 원을 빌려준 누나가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직접 A씨의 숙소를 찾아와 자초지종을 듣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중단될 수 있었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며 스스로를 자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피해 액수가 많고 추가 범행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강력팀 형사 등 20명으로 수사전담반을 꾸렸습니다.

    경찰은 추적 끝에 1차 수거책인 60대 남성과 2차 수거책인 30대 남성 B씨 등 2명을 붙잡았습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지정된 장소에 골드바를 가져다 놓았을 뿐, 이후 행방은 모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3차 수거책 등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A씨와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경찰청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조 원을 넘어섰으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관들은 신분 노출을 최소화하는 만큼 먼저 신분을 노출하고 각종 요구를 하는 경우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며 "계속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시민들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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