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액 보조금 경쟁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며 시행된 단통법은 결국 '모두가 비싸게 산다'는 비판과 함께 실효성 논란에 휘말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휴대전화 유통 구조는 다시 크게 요동칠 전망입니다. 보조금 경쟁이 활성화돼 소비자 혜택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제도 변화에 따른 주의점도 적지 않습니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혼탁한 보조금 경쟁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당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갤럭시, 아이폰 등 프리미엄폰 출시에 맞춰 고가의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공짜폰', '마이너스폰' 등 비정상적 가격 판매가 일상화됐고, 같은 통신사의 고객이라도 가입 시기나 구매처에 따라 휴대전화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등 정보 비대칭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컸습니다.
이에 정부는 이통사가 지원금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유통점이 지급할 수 있는 추가 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단통법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보조금이 획일화되면서 유통점 간 경쟁이 사라졌고, 중저가폰 이용자에 대한 역차별 등 소비자 혜택은 오히려 줄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불법 보조금은 음성적으로 계속 이어져 제도의 실효성도 의심받았습니다.
특히 '소비자가 싸게 휴대전화를 살 권리를 잃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통신사들은 규제라는 이름의 울타리 안에서 가격 경쟁을 사실상 중단했고 시장은 굳어졌습니다.
이같은 부작용 속에 국회는 2023년 단통법 폐지를 위한 법안 논의에 착수, 2024년 법적 정비를 마치고 오는 22일 폐지를 확정했습니다.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살 때 받는 지원금은 크게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공시지원금과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망이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으로 나뉩니다.
단통법 폐지 이후에는 이통사의 공시 의무가 사라집니다. 대신 '공통 지원금'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며, 유통점은 자율적으로 추가 보조금을 책정할 수 있습니다.
단말기 가격이 100만 원인데도 지원금이 이를 초과하는 '마이너스폰' 형태도 가능해집니다. 기존에 불법으로 간주했던 '페이백'도 허용됩니다.
단말기 할인 대신 월 통신비를 최대 25% 할인해주는 선택약정 할인은 유지되는데, 기존에는 이 경우 추가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지원금 중복 수령이 가능해집니다.
결국 단통법 이전처럼 판매처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고, 소비자는 같은 기기를 싸게 혹은 비싸게 살 수 있는 구조가 재현되는 것입니다.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경쟁적으로 늘릴 경우 소비자가 여러 매장을 비교해 조건을 따지면 보다 유리한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고령자와 사회적 취약계층 등 요금제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호갱'(호구+고객)이 될 위험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부 유통점은 고액 보조금을 내세우는 대신 고가 요금제 장기 유지, 각종 부가서비스 가입 등을 요구할 수 있어 요금제 유지 기간, 위약금, 추가 조건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시장 환경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에서 법 폐지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11년 전과 달리 휴대전화 제조사 수가 줄어들었고, 중고폰·자급제폰·온라인 유통망 확대 등으로 보조금의 실효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통신업계는 단기적으로 '보조금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통신사들이 고액 보조금과 파격적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4월 해킹 사고로 80만명 넘는 가입자를 잃고 시장점유율 40%대를 반납한 SK텔레콤은 공격적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는 25일 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7·폴드7'이 출시되고 3분기 중 애플 아이폰17도 출격을 앞두고 있어 단통법 폐지 초기 시장 분위기를 판가름할 변곡점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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