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구례 지역에서 배수펌프장이 제때 가동되지 않아 농경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2020년 8월, 섬진강 범람으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었던 바로 구례에서 또다시 침수 피해가 되풀이되면서 농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7일, 구례군에 호우경보가 내려지고 마산면에 누적 강우량이 208mm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도리 배수펌프장이 제때 가동되지 않아 인근 800평 규모의 오이 하우스와 농경지가 침수됐습니다.
구례군청 상황실에 접수된 민원에 따르면, 오후 5시부터 빗물 저장고 수위가 상승했고 9시에는 현장 민원이 접수됐지만, 펌프장은 오후 11시 51분에 이르러서야 가동됐습니다.
냉천 배수펌프장 역시 인력이 없어 가동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민들은 "2020년 섬진강 수해 이후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배수펌프장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비만 오면 가슴을 졸이는데, 또 침수 피해를 입으니 그저 허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더욱이 당시 정부는 재난 대응 3단계를 발령하며 전국적으로 취약 시설과 하천, 도로에 대한 사전 대비를 강조하고 있었지만, 구례군 일대 배수펌프장에서는 전원 차단 문제와 인력 부족 등 기본적인 대응조차 이뤄지지 않은 셈입니다.
이에 대해 구례군은 "폭우로 펌프장 수위가 급상승해 가동 조치를 취했으며, 마산천 자동 수문 시스템 오류로 인해 일시적인 역류 현상이 있었지만 현재는 수동 전환으로 정상 운영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과 농민들은 "기계만 좋으면 뭐 하냐, 결국 돌릴 사람이 없고 관리가 안 되면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점검 체계와 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구례군은 섬진강 수해 이후 각지에 배수펌프장을 건설해 왔고, 현재도 일부 지역에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훼손하면서까지 펌프장을 만든 이유가 위급 상황 대응이었는데, 정작 폭우 속에서는 침묵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구례군은 이번 침수 사태와 관련해 원인 분석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2020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린 지역민들은 "이번엔 반드시 후속 조치가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군청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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